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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화파 지식인들에게 근대적 문명국가의 수립을 위해 시급히 해결되어야할 당면과제로 인식되었던 위생은 일제 강점으로 인해 사회통제의 수단으로 변모되었다. 일본의 식민정책학의 창시자인 니토베 이나조(新渡戶稻造)가 ‘식민지 경영의 방법이 반드시 위생에 바탕을 두어야 하고 또 의학의 원조를 받지 않으면 안된다’고 역설할 정도로 위생은 식민지 조선인들의 신체를 규율하고 통제하는 도구로 이해되었다.

위생에 대한 의학적 지식이 물리적 강제로 나타나는 일련의 과정 속에서 위생경찰 개념이 등장하는데, 일제는 1908년 경시청 내에 위생계를 설치하고 각 도 밑에 경찰부를 설치하여 위생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위생경찰제도를 도입하기에 이른다. 위생경찰은 의료위생행정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면서 전염병, 비위생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방역의 대상, 범죄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나아가 위생경찰이 정한 사항을 어긴 자는 범죄자로 처벌함으로써 조선인 전체를 잠재적 범죄자로 감시하고 억압할 수 있는 그물망 아래 두게 되었다.

나아가 위생경찰-위생조합-의생(醫生)으로 이어지는 위생체계를 수립하여 조선인들의 몸과 질병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고 관리해 나갔으며, 이 과정에서 한의학이나 전통적인 민간의료행위는 미신과 비위생적인적으로 치부되어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