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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식물원
1909년 11월 1일 창경궁 내에 박물관과 함께 동·식물원이 설치되어 개원식이 열렸다. 이는 우리나라 근대 동물원의 시작을 알리는 사건이었다. 개원 초기에 이 동물원의 이름은 대한제국 황실 동물원이라는 의미로 어원동물원, 창덕궁동물원 등으로 불리다가 1910년 합병 이후 이왕직 관제가 실시되고 창경궁이 창경원으로 격하되면서 이왕직(이왕가)동물원, 창경원동물원, 경성동물원 등으로 불렸다. 당시 이 동물원은 전 세계 동물원 중 36번째이자 아시아에서는 7번째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1912년에 준공한 여섯 동의 동물 온실은 당시로서는 우에노동물원에서도 볼 수 없는 동양 제1의 시설이었다. 하지만 창경원은 조선 황실의 권위와 정통성을 훼손하기 위해 일제가 고안한 시각 장치였다. 1907년 새로운 황제로 즉위한 순종이 덕수궁에서 창덕궁으로 이어하자,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는 궁내부차관 고미야 사보마쓰(小宮三保松)가 제안한 박물관 및 동·식물원 신설 계획을 순종에게 말하고 허락을 얻어냈다. 궁정의 존엄을 유지하고 국왕의 은혜를 백성들에게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명목상의 황제였던 순종의 무료함을 달래주기 위한 것이었다. 또한 일반인들의 동물원 출입은 한편으로는 신성한 왕권을 상징하는 일종의 성역인 조선의 궁궐이 훼손되